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인 [너의 이름은.]을 뒤늦게야 보게 됐다.


  먼저 영화에 대해 간단히 한 줄로 평하자면 "드디어 결말의 중요성을 깨달은 신카이 마코토"라고 하고 싶다.

  덧붙이자면 근 2년 동안 본 영화 중 드물게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싶은 작품이기도 하다.


  아무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하 '감독')의 대학 졸업작품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때부터 모든 작품을 나올 때마다 봐온 나로선 여러 가지 감정이 드는 작품이기도 한데, 먼저 감독부터 설명해보자면 1인 제작 체제와 완성도로 유명세를 타고, 그 후에 스튜디오 설립과 함께 수려한 영상미로 유명했던 사람이다. 스토리 쪽으로는 대중성이 부족하다 못해 불호가 많은 편이며 나 또한 작품마다 나오는 찝찝한 배드엔딩에 질려 2013년도 작품인 [언어의 정원]은 아예 자막 없이 영상만 따로 봤을 정도다.


  개인적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은 순수한 사랑의 결정체를 담아내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해석하고 싶다. 흔하디흔한 'boy meet girl'의 레퍼토리로 시작해 첫사랑이 시작되고, [로미오와 줄리엣]과도 같이 외부 요인에 의한 강제적인 결별로 사랑의 감정이 식기 전에 두 주인공의 마음속에 침전시키는 방식을 쓰고 있다. 결국 매 작품의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은 순수함 그 자체인 첫사랑이 각자의 마음에 응어리지어 남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는 감독의 졸업작품인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에서는 종과 언어의 장벽, 그리고 짝사랑으로 표현됐으며 [별의 목소리]에서는 공간과 시차로 인한 결별,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에서는 정신과 차원에 의한 결별, [초속 5cm]에서는 환경과 성장에 의한 결별, [별을 쫓는 아이]에서는 내용의 주체가 살짝 어긋나 있지만 역시나 죽음에 의한 결별이 주인공의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배드엔딩은 감독의 개인적 취향을 넘어 때 묻지 않은 사랑의 결정체를 작품에 담아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하며, 그 만의 작품 스타일을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다.


  그 밖에도 나는 감독 특유의 수려한 영상미 또한 사랑의 결정체를 담아내는 작업에 있어 중요한 장치 중 하나라고 해석한다. 보통의 연출에서 대비를 통해 특정 풍경이나 인물을 미화시키는 기법이 자주 사용된다면, 신카이 마코토는 고집스러울 정도로 영상에 '아름답지 않은 것'을 넣는 것을 피한다. 낡은 기계부품이나 어두운 골목, 쓰레기통 같은 소품이 등장할 경우 광원으로 묻어버리거나 데포르메 시켜버린다. ([별을 쫓는 아이]는 워낙 예외적인 작품이라 여기에 포함시키기는 어렵다.) 이는 감독 개인 취향의 연출로도 볼 수 있겠지만 그 보다는 주인공과 관객에게 응어리진 첫사랑의 추억을 '아름답기만한 것'으로 각인시키는 사전장치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의 [너의 이름은.]이 주는 느낌은 '이게 진짜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이라고?' 싶을 정도로 굉장히 다르다. 물론 그만큼 감독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한데, 먼저 앞서 말했던 이전 작품들과 확연히 다르게 두 주인공이 마지막에 재회한다는 점과 여 주인공이 남 주인공의 첫사랑이 아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고, 또 감독답지 않게 풍경보다 인물의 연출에 훨씬 공을 들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의 작품들이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었던 이유가 한결같은 배드엔딩 때문인 걸 생각하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주박과도 같았던 고집이 꺾였다고 볼 수도 있겠으며, 한편으로 드디어 예술성과 시장성을 고루 갖춘 작품을 그려낼 줄 아는 감독이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다만 [너의 이름은.]에 흠이 없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작중에서 핸드폰은 두 주인공이 소통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서로 간의 시간차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억지스러운 설정이며, 타키가 들어간 미츠하의 말을 그대로 믿고 테러를 감행하는 소꿉친구들 또한 설명이 심각하게 부족한 부분 중 하나이다. 또 그 뒤에 미츠하가 이장을 어떻게 설득시켜서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킨 것인지도 편집이 잘못된 부분으로 지적하고 싶다. 아무리 운석이 떨어지는 장면이 급박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해도 중요한 부분의 설명이 빠져서야 진행이 엉망이 된다. 그 외에도 미츠하의 '다음 생' 발언, 테시가와라가 도중 꺼내는 '전생' 키워드가 묻히는 것은 물론 이토모리 마을의 중앙에 위치한 호수가 운석호라는 작중 설명또한 내 집착일지는 모르겠으나 큰 의미를 가지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는 것이 다소 신경쓰였다. 이후 블루레이나 다른 영상매체를 통해 [너의 이름은, 디렉터즈 컷]이 발매되길 기대해본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신카이마코토감독 특유의 배드 엔딩을 예상하고 [너의 이름을.]을 보고 있으면 살짝 신카이 마코토가 고심한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작중 미츠하가 크게 외치는 "이런 마을은 싫어요! 다음 생에는 도쿄의 잘나가는 남자로 태어나게 해주세요!"라는 대사와 미츠하의 친구인 테시가와라가 꺼내는 "전생"이라는 단어, 미츠하의 죽음 이후 타키의 핸드폰에서 사라져가는 기록들, 단순히 우연으로 보기엔 너무나도 깊은 타키와 미츠하의 관계 (몸이 바뀔정도로 혼이 이어져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황혼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두사람의 구도를 보면 마코토 감독은 사실 또다른 배드엔딩을 준비했던 것은 아닐까. 미츠하가 동성도 아닌 도쿄의 남고생 타키의 몸에 들어가게 된 점이나 '꿈'을 꾸고나면 기억이 빠르게 희미해져간다는 작중 설명과는 달리 타키가 정확하게 이토모리 마을의 풍경을 그려낸 점 또한 미츠하가 타키의 전생이었기 때문으로 보면 설정이 좀더 탄탄해지는 느낌이 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이전 작품들이 동일하게 그려내고 있는 배드엔딩으로 엮어내자면, 미츠하가 죽으면 타키는 홀로 남고, 미츠하를 살리면 후생인 타키가 사라지는 '생/사로 인한 결별'이 바로 신카이 마코토가 맨처음 그려내고 싶었던 스토리가 아니였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결론짓자면 신카이 마코토라는 여섯글자가 알려주듯이 [너의 이름은.]은 영상미가 보장된 작품이다. 또 감독의 이전 작들과는 다르게 연출이 인물에 좀더 집중돼있어 전체적인 균형이 매우 좋고, 스토리의 결말 또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소소한 소품들(예를들어 타키가 입고 나오는 Half Moon티셔츠)이 스토리가 진행되며 복선으로 떠오르는 것이나, 연출속에서 부각되는 요소들은 관객이 스토리를 이해하고 몰입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작중 설정 미스나 편집 미스로 인해 설득력이 부족한 부분이 몇군데 있으나 크게 신경쓰이는 편은 아니며, 남들에게도 굉장히 권해주고 싶은 작품 중 하나다.



영상미 : 3/3

연출 : 2.5/3

스토리 : 3.5/4

총평 : ★★★★★★★★★☆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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