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 슈퍼에서 딸기를 싸게 팔길래 딸기술을 담구기로 했다.
딸기주 담구는 법을 검색하면 나오는 레시피는 사실상 딸기청을 만들어 소주에 섞어먹는 미개한 방식에 가깝기 때문에..
진짜 딸기 리큐어 레시피를 찾아서 제대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국내에 흔하게 소개된 레시피는 딸기를 꼭지만 떼어준 뒤 씻어서 물기를 건조해준뒤 설탕에 절여 담금주를 넣고 2달간의 숙성과정을 갖는다
간단하고 손이 거의 안가지만 숙성기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고, 무엇보다 소주의 기괴한 알콜향이 그대로 남아있어 뒷맛이 좋지않다.
과실주 특유의 두통이 심한 것도 매우 큰 단점이다.
이런 딸기주는 사실 이름그대로 딸기를 넣은 숙성주, 과실주에 가깝고 (그나마도 조잡한 야매다.진짜 딸기주는 붉은빛이 매우 옅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딸기 리큐어기 때문에 과정이나 재료가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딸기 리큐어는 잘 만들기만 하면 그냥 먹어도 맛있고 아이스크림이나 심지어 커피에 타마셔도 맛있기때문에 활용도가 매우 높은 술이다.
여기서 응용한 레시피는 구글에 strawberry liqueur를 치면 바로 나오는 레시피이다.
국내 레시피와는 다르게 딸기를 한번 얼려 조직을 파괴시켜 숙성기간을 단축시키고,
소주대신 보드카를 이용해 향과 맛을 온전하게 담아내준다.
이전에 칵테일 바에서 딸기 리큐르를 마셔본적이 있는데 진한 딸기향과 강한 단맛이 인상에 깊게 남았다.
평소에 딸기를 먹을떄에도 항상 상상했던 단맛보다 신맛이 더 많이 올라와 배신감을 느꼈던 적도 몇번 있었던지라
이번 리큐어는 원판 레시피보다 설탕을 잔뜩 넣어서 단맛이 강하게 만들기로 했다.
또 강한 단맛에는 바닐라 향이 어울린다고 생각해 바닐라빈을 한줄기 넣은 보드카를 이용했다.
집에 시트러스 보드카도 약간(한컵정도) 남아있어 그것도 섞어주었다.
준비물은 시럽 한컵, 설탕과 보드카, 신선한 딸기. 밀폐용기는 이전에 깔루아를 담글때 썼던것과 동일하다.
시럽은 끓인 물 한컵에 설탕이 왕창 부어넣고 계속 저어주면서 원하는 농도와 색이 되도록 끓여주었다.
(※ 다 만들고 시음해본결과 설탕을 더 넣어줘도 괜찮다.)
딸기는 포장을 뜯자마자 꼭지를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하나씩 씻어 채에 올려준뒤, 물기를 모두 털어내고 두껍게 슬라이스 해주었다.
(※ 따라할 경우 아래 사진에서 딸기를 얼마나 넣었는지 꼭 확인할 것! 딸기가 적으면 그냥 뻘겋고 시큼한 보드카가된다.)
(※ 대부분의 요리가 그렇듯 재료를 아끼지 말아야 음식이 맛있게 된다. 술담그려는 목적으로 산 딸기니 아끼지말고 넣어주자.)
슬라이스한 딸기는 유리병에 적당히 채워넣고 하루동안 얼렸다. 시럽은 다른 용기에 부어넣고 상온이 되도록 식혀주었다.
이렇게 하면 날카로운 형태의 물 결정이 딸기의 조직을 파괴시켜 숙성기간을 대폭 줄여준다.
하루동안 꼬박 얼린 딸기에 이제 시럽을 부어줄 차례다.
잘익은 딸기는 숙성과정에서 부유물과 침전물이 잔뜩생기지만
이미 보드카에 바닐라빈을 사용했기 때문에 마지막에 한차례 걸러내줄 계획이다.
시럽은 반반씩 나눠넣고 그 위에 설탕을 살짝 뿌려두었다.
문제의 앱솔루트 시트론. 한컵남은게 도저히 쓸데가 없어서 한번 넣어보기로 했다.
온더락으로 마실 수도 없는데 내가 이걸 왜샀을까..
거기다 오래돼서 알콜도 꽤 날라갔다.
참고로 구글에 쳐서 나오는 정식 레시피는 일반 보드카를 넣는다.
시트러스와 바닐라빈은 나도 효과가 어떨지 모르는 상태에서
모험삼아 넣는 것이기 때문에 따라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흔들어서 기포를 좀 빼주고..
보드카 750ml를 몽땅 들이 부어줬다.
바닐라 빈은 오른쪽에만 넣었다.
바닐라 빈이 3가닥인데 두개는 이전에 커피리큐어 만들때 썼던거라 향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다음날 아침에 확인해보니 벌써부터 색이 빠지기 시작했다.
(※ 시럽이 안녹아서 층이 져있는건 아침마다 뚜껑을 잘잡고 흔들어 주면 된다.)
시럽과 설탕이 아래에 가라앉은게 있어 흔들어 주었다.
이제 앞으로 일주일동안 아침에 일어나 흔들어 주기만 하면 된다.
~ 5일 뒤~
드디어 5일이 지나고 거르기로 했다.
바닐라 빈을 걸러내기 위해 커피용 여과지를 사용했고 보관용기는 남은 보드카병을 쓰기로 했다.
깔대기는 다이소에가면 1000원에 두개씩 주는게 있다. 입구가 넓은 것을 쓰는게 좋다.
실제로 걸러보니 깔루아 때와는 다르게 술에 설탕이 워낙 많이 들어가서
커피여과지로는 몇방울 떨어지는게 고작이거나 아예 뚫려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만약 따라하실 분이 있다면 괜히 여과지로 시간날리고 향날리지 말고
채로 간단하고 빠르게 걸러내는 것을 강력추천한다.
잘익은 딸기주. 반쯤 시험삼아 넣은 바닐라빈은 오른쪽에만 두었다.
랩을 뜯고 오픈해보니 달콤한 냄새와 함께 찐한 딸기향이 물씬 올라온다.
간단히 시음해본 결과 맛은 단맛6+신맛4 정도.
단맛이 더 강했다면 딸기잼처럼 됐을 것 같다.
.
걸러내는 방식은 간단하다. 국자로 술을 퍼내 깔대기에 부어넣고,
술지게(이 경우 딸기와 바닐라빈)을 터내 준비한 용기에 담는다.
이걸 계속 반복해주면 된다.
문제는 설탕입자가 워낙에 큰데다 딸기 씨앗이 부유물로 남아있어서
커피여과지로는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
사실 저번 커피술을 걸러담을때에도 꽤나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었기때문에
향이 유실되는 것을 막기위해 비닐을 덮고 기다려 봤지만..
20분을 기다려봐도 전혀 진전이 없었다.
위에서도 간략하게 말했었지만 따라하려는 분이 있다면 그냥 채로 건더기만 걸러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딸기 건더기 나온건 먹지마라.
아무튼 여차저차해서 나온 딸기주 두병.
파마하듯이 머리꼭다리에 랩둘러주고 찬장에 넣어 추가숙성을 하기로 했다.
사실 추가 숙성 과정이 따로 필요하진 않은데 단맛이 부족하길래 설탕을 더넣어서..
고르게 다 녹을때까지 잠시 시간을 주기로 했다.
바닐라빈을 넣어서 인지 새빨간색보다는 살짝 주황빛이 됐다..
딸기씨앗 부유물을 걸러내고 싶었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이틀 정도의 추가숙성까지 마치고 찍어봤다.
위는 스트레이트, 아래는 화이트러시안 처럼 우유와 믹스해서 마셨다.
맛은 당연하게도 단맛이 지배적이며 딸기의 신맛이 어우러져 산뜻한 느낌이다.
진한 딸기향과 시트러스 향이 잘 어우러져있다.
깊은 맛이나 바디감은 전혀 없는 굉장히 라이트한 드링크이며
시럽의 걸쭉함이 부드러운 목넘김을 만들어준다.
다만 기술적인 부족으로 술이 탁하게 나온 것은 중대한 감점포인트.
딸기향이 물씬나는 루비같은 술을 만들고 싶다면 추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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